본문 바로가기

Media Column/Media Review

[리뷰] 판타스틱 우먼, 단순한 동성애 혐오물일까?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이해하는 것과 당사자가 되는 것의 차이

개인이, 그리고 사회가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

그 '다름'은 사회적으로 도덕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가...



(스포일러 없어요)


많은걸 생각하게 만든 영화 판타스틱 우먼. 이 영화는 동정을 구걸하거나 히해를 바라는 영화도 아니고 트랜스젠더같은 성소수자가 겪는 어찌보면 뻔한 차별과 아픔을 논하려고 드는 영화도 아닙니다, 오히려 다큐멘터리같이 차가운 시선으로 있는 그대로 차별을 화면에 옮깁니다.


그 와중에 드러나는 가치관의 차이라던가 행동양식, 사회 분위기 등은 보는이의 주관적 시선과 판단에 맡깁니다 - 보는 이로 하여금 나와 다른 사람이 선택한 길을 이해 못하겠다며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담담한 다큐같은 느낌의 영화같달까요?


한편으론 드라마에 가까운 이 영화를 다큐에 빗댄 이유도 알 것 같았는데요.. 차별받는 모습을 가감없이 드라이하게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는 문명인이라며 선진국이라 자위하지만 내면엔 그저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인 평범한 개개인인데, 그저 원하는 짝을 만나 잘 지내고 싶을 뿐이었는데 색안경을 끼고 나와 다르단 이유로 비난하고 손가락질하기 일수인.. 안타까운 사회상을 묘사하고 있어요.



사실 성소수자건, 게이이건, 트랜스이건 나와 연관이 없는 (강제 추행 등) 3자를 두고 연애사, 생활사 등을 두고 모욕하고 차별하는 행위는 뭐랄까... 지나치게 협소하고 어찌보면 자기가 가진 사회에의 불만을 이런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층에 대신 분풀이 하는 걸로도 보인달까요... 뭐 이런 상황이 '나'와 연관 된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요.


(분명 다양한 체격의 여성이 존재함에도, 그리고 남녀를 떠나 혐오감 섞인 외모 비하도 묘사되고, 차별적인 과도한 공권력 행사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런 위험성과 차별의 부당함, 그리고 이중성을 - 현실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행동 패턴을 -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퀴어 주제 영화임에도 상당히 얌전하고 평범한 사랑을 다룬 드라마나 큰 차이 없이 표현하고 그려나가고 있는데, 이게 영화와 메시지 전달에 큰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쪽에 공포가 있는 분이라도 큰 무리 없이 볼 수 있는? 그 정도로 온순한.. 달리 표현하면 이들 사람도 우리가 소위 정상이라 부르는 이성애자의 삶, 사랑이나 다르지 않다는 점을 역설하는 듯 하달까요?


(아무리 거센 풍랑을 만나도 굳세게 헤쳐 나갈 거라는 곧은 의지/저항의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씬이 중간중간 무력하게 무너질듯 한 부분에서 등장 합니다.)


감독의 메시지는 확실하고 영화의 뒷 맛은 참.. 씁쓸합니다, 멜로 영화가 아닌데도 멜로가 되고, 잔잔한 사랑이 스며들은 소소한 드라마같은 느낌에 조미료, 향신료 없이 요리한 스테이크 같은... 저는 냉정한 감정이 들고 뻑뻑하지만 담담한 감성도 느껴졌습니다.


배우의 연기는 좋았고 - 아 참, 영화 언어는 영어가 아니라 에스파냐, 스페인어예요, 혹 놀라진 마셔요 ㅎㅎ -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역시 주연 마리나 역의 abc였는데요, 담담하게 현실에 부딪혀가며 더 강해질 거라며 발버둥치는 모습이 그냥 아무나가 사회 속에서 엉켜가며 발버둥치는 모습이나 별반 차이가 없어서 더 현실성과 와닿는 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반대로 이 영화는 판타지 장르도 포함된다고 하는데 이것도 보다보면 왜 판타지인지 좀 느낌이 오게 됩니다, 개인적으론 로맨스 때문에 이런 부분을 추가한 것 같은데... 아니면 그녀의 간절한 바람을 (사회를 향한, 개인적인) 묘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을 것도 같은데 저는 좀 별로였었습니다 ㅎㅎㅎㅎ 으아; 이 부분은 호불호가 좀 갈릴 듯한 부분이랄까요?


한편으론 이 영화가 페미니즘과는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부당한 차별에 대한 소수의 사회 저항과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포용해 나아가야 할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선 페미니즘의 옳은 부분을 투영해 주는 것 같아 저 개인적으론 좋아 보였어요.


공권력의 폭력성과 주변인들의 눈초리 등 정말 많은 무서운 차별과 마음의 벽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로 이걸 단순히 퀴어물로 치부하기엔 저 주인공이 사회적 약자였더라도 거의 같은 영화 내용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더랬습니다, 그래서 조미료 없는 스테이크같았달까요 - 고기 종류를 바꿔도 향신료 등 차이가 없다면.. 맛을 떠나서 그냥 고기 요리 뿐이니까요.



나와 다르다고 차별하거나 부당하게 취급할 이유는 없고 사회가 그런 걸 용납해서도 안된다..고 우리 모두 알고는 있지만 확실히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가 조용하게 목소리를 내는 부분도 이 부분이라고 생각 합니다. 다양성 영화로서 추천할 만한 영화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