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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Column/Media Review

[리뷰] 30년이 지난 우리는 어디에 있나, 영화 1987



(스포일러 없어요)



지난 여름 개봉해서 누적관객 1천 2백만을 기록했던 영화 '택시운전사'가 있습니다 - 정확하게 1980년 벌어진 일이죠.



실제 역사도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이 끝나지 않았던 이야기, 투쟁이 영화 '1987'로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영화는 1987년 1월 한겨울 당시 참고인 자격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취조를 당하던 박종철군이 (사실 불법으로 연행되었죠) 물고문을 받던 중 사망하는 지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 합니다. 


숨겨진 사실을 어렵게 밝힌 등불 같았던 영화 '택시운전사'지만... 안타깝게도 그 등불은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비춰지지 않고 있었죠... 시대상 억압적인 분위기, 공포심은 여전했음에도 민주화의 열의는 여전히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었죠.


(서울 용산구 갈월동의 옛 남영동 대공분실. 현재는 박종철기념관으로 바뀌어 일반에 공개되어있습니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



영화는 정치에 관심 없도록 유도했다고 알려진 이른바 3S 정책에 (Sports, Screen, Sex) 대한 언급부터 철저한 언론/보도 통제 모습, 젊은 층들의 정치 무관심 등에 대해 묘사를 잘하고 있습니다 - 작품 전체를 이어주는 대학새내기 연희를 통해 이런 모습을 충실히 묘사하고 있으며, 갈수록 이 캐릭터가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도 가슴 뜨겁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린 연희 눈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이 보이긴 했어도 그 뜨거운 열의와 노력을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켜가며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교도관 한병용역을 맡았던 유해진씨와 악역이지만 그 당위성을 충실히 부여해 더 무서웠던 대공수사처장 박처장역 김윤석씨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산다."



영화는 정치권에 대한 이야기는 배제해 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하나의 흐름을 -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 - 관철해 나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우리가 익히 아는... 그리고 작년 한 해 우리를 또 한번 광장으로 불러냈던 그 모습과 흡사한 모습으로 막을 내리게 되는데요, 어떻게 보면 '택시운전사'와 다르게 진실이 작게 비춘게 아닌, 전국의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활활 타오르며 민주화의 한 획을 그은 사태를 충실하게 잘 묘사했습니다!


그리고 한면에선 고리타분하고 남의 일 같이 느껴졌던 정치라는게 우리네 삶에 얼마나 밀접하게 영향을 주는지... 남의 일 같았던게 어떻게 나에게 닥칠 수 있는지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희생으로 쟁취한 자유와 민주주의... 그 소중함과 고마움"



우리는 모를 수 있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일궈낸 자유와 민주주의죠. 이 영화의 보석같은 점이라면 이런 점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 점이라고 생각 합니다 - 그 소중함을 잊지말고 고마움을 간직하고 또 후세에 왜곡되지 않고 고스란히 가치를 이어 넘겨 주는 것.


영화는 주제를 담담하게 풀어가면서 보는이들에게 강요하거나 억지 연출을 내세우진 않았는데요, 당시 국민들이 느꼈을 법한 분노의 감정이 영화가 진행될수록 차츰 올라가는데, 끝에가선 정말 가슴벅찬 감동으로 자연스레 다가오게끔 무리없고 섬세한 터치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고나서 급 생각이 나서 유튜브에서 제 5공화국 에피소드를 몇 편 돌려봤는데요, 확실히 영화가 특별하게 다가왔던건 권력다툼, 정치권, 정치깡패 등등 정치싸움과 관련된 요소들은 거의 철저하게 배제한 채 인권과 민주주의 유린에 초첨을 맞춰 자칫하면 정치 논쟁으로 번질 수 있는 요소들을 사전에 커트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정말 위의 동영상에서 배우들이 언급하는 것처럼 이렇게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것도 이런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이 들었고 그에 정말 고맙고 죄송한 감정이 많이 들었네요.


올 겨울 추천하고픈 영화 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