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없어요 ^^)
풍전등화와 같은 조선의 앞날을 둔 척화파 김상헌과 주화파 최명길의 정치 논쟁,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하나, 그러나 타협할 수 없는 이념,
죽음이 삶이고 삶이 곧 죽음, 살아남아야 후사를 도모할 수 있겠지만 신념이 죽은 삶을 과연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가,
현실과 이상 사이의 좁힐 수 없는 산성보다 높은 벽,
그리고 이념싸움 속에 고통받고 죽어가는 백성들...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된 산성과 남한산성 행궁. 인조는 병자호란이 일자 47일간 남한산성 행궁으로 피신하고 청에 맞서 항쟁하지만.. 결국 항복합니다.)
의리 명분 원칙이 있다면 죽음 앞에서라도 굴복할 수 없다는 척화파 입장과 죽음보다는 굴욕을 견디자는.. 다분히 현실적이고 실리를 꾀하고자 하는, 그리고 훗날을 도모하고자 하는 주화파 입장을 격렬하면서도 치우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이념차에 따른 서로 다른 정의의 개념에 정말로 어디로 손을 들어줘야 할지.. 한편으로 보면 인조의 고뇌가 이해가 됐었고, 또 한편으론 배경이 되는 시대 그 자체가.. 정말 혼돈의 도가니였기에 어찌 저 지경까지 가게 했을까... 하는 무기력함도 느껴지기도 했네요.
무엇보다 그 난리 속에서도 백성이나 현재 문제 해결보다 자신들의 안위와 사대부 체통을 지키려고만 했던 세력들의 눈꼴시린 모습들도 잘 묘사해서... 내심 보면서 씁쓸한 맘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결과는 우리모두 잘 알다시피 왕의 굴욕적인 항복으로 마치게 되는데요... 사드 등의 문제로 지금의 중국과도 사이가 안좋아졌고 (재미있게도 쉽게 보면 지금의 중국은 이때 여진족 후예가 아니라 한족이 차지한, 그러니까 명나라 후예의 나라죠) 강대국 틈에 끼어 여전히 삐그덕대고 있는 우리나라이지만, 잘 헤쳐나가서 이같은 역사가 또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도 힘써야 하지 않을까 살짝 생각이 들었네요.
액션씬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캐릭터들의 내면 묘사에 더 치중하면서 상당히 긴장감이 넘치는 드라마가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론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 통상 사극의 감성, 이전의 영화 사도와도 다른 느낌이랄까요?
배우들의 연기력과 내공을 엿볼 수 있었던, 영화 외적으로는 - 최명길과 김상헌 뿐 아니라 인조와 청에서 급달려온 ㅋㅋ 칸 등 - 대립하는 캐릭터들의 부서지지 않는 탄탄한 성곽을 엿본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론 마음에 든 영화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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